Imun Farmer · 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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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 비닐하우스, 온실하우스에서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할까?
지붕 위에 올린 태양광 패널.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그림이다. 그런데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 위에도 그걸 올릴 수 있다면? 사실 이미 올리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동시에 전기를 파는 농부들이 늘고 있다.

비닐하우스 위에 태양광, 진짜 되는 거다
결론부터 말하면, 된다. 2023년 경기도 양평에 국내 최초 태양광 스마트팜이 문을 열었다. 한화솔루션과 농협이 손잡고 만든 이 센터는 비닐온실 상부에 64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 냉난방, IoT 시스템, 환경 제어에 필요한 전력의 약 93%를 자체 생산한다. 전기세 걱정 없이 농사짓는 셈이다.
핵심은 모듈 크기다. 한화큐셀이 개발한 영농형 태양광 모듈은 일반 모듈의 절반 크기로 만들어졌다. 온실에 들어오는 햇빛을 크게 가리지 않으면서 낙수 피해도 줄인다. 작물이 필요로 하는 빛은 통과시키고, 남는 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구조다.
그늘이 오히려 약이 될 때가 있다
”태양광 패널을 올리면 작물이 못 자라지 않을까?” 이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다. 답은 의외다. 작물에 따라서는 오히려 더 잘 자란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연구팀이 태양광 패널 아래에서 칠테핀 고추, 할라피뇨, 방울토마토를 키웠다. 결과가 놀랍다. 칠테핀 고추 수확량이 3배로 뛰었고, 토마토는 2배 늘었다. 할라피뇨는 수확량이 비슷했지만 물 사용량이 65%나 줄었다. 패널이 만든 그늘 덕에 낮 기온이 내려가고, 토양 수분이 오래 유지된 결과다.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진행된 실험도 비슷하다. 태양광 패널 아래에서 상추와 오이를 재배했더니 수분 증발이 14~29% 줄었다. 물이 귀한 지역에서는 이 차이가 생존의 문제다.
숫자로 보는 수익 구조
전남 영암군에서 벼농사와 태양광을 병행한 실증 결과가 2025년 발표됐다. 벼 수확량은 21% 줄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으로 벌어들인 연간 예상 매출이 약 897만 원. 벼와 전기를 합산한 총매출은 약 989만 원으로, 벼만 지었을 때보다 8.4배 높았다.
물론 함정이 있다. 이 수치에는 태양광 설비 설치 비용이 빠져 있다. 국내 영농형 태양광의 투자 회수 기간은 최소 14년 이상이다. 패널 성능보증 기간이 25년이니까, 본전 뽑고 나서 수익을 내는 구간이 생각보다 짧을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고가 아니라, 꿩을 잡으려면 긴 호흡이 필요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농지 일시사용 기간이 기존 8년일 때 비용편익비(B/C)는 0.74로 적자 구조다. 20년 이상으로 늘리면 B/C가 1.24로 올라가고, 벼만 재배했을 때 대비 2.8배 수익이 난다. 시간이 돈인 사업이다.
감수율이라는 복병
태양광을 올리면 작물 수확이 줄어드는 건 피할 수 없다. 이걸 감수율이라 부른다. 정부가 잡은 기준은 20%. 평균적으로는 15.7% 수준이라 관리 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실제 현장은 다르다. 202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남 거창군에서 벼 감수율이 71%까지 치솟은 사례가 나왔다. 함양군 51%, 함안군 40%. 평균만 보고 사업을 밀어붙이면 위험하다는 경고다. 차광률을 30% 이내로 관리하고, 작물 특성에 맞춘 설계가 필수다.
사실 음지에 강한 작물을 골라 심으면 감수율 문제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영농형 태양광 아래에서 120종 이상의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녹차, 버섯, 인삼 같은 음지성 식물은 오히려 차광이 도움이 된다. 블루베리 역시 유망 작물로 꼽힌다. 국내 실증에서 블루베리의 농업수익(2,051만 원)이 발전수익(987만 원)보다 높게 나왔다. 고부가가치 작물과 태양광의 조합이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반투명 태양전지라는 게임 체인저
기존 태양광 패널은 빛을 완전히 차단한다. 온실 지붕 전체에 깔기엔 부담스러운 이유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반투명 태양전지다. 식물 생장에 필요한 특정 파장의 빛만 통과시키고, 나머지 파장으로 발전하는 원리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연구팀이 반투명 유기 태양전지(ST-OSCs) 아래에서 적상추를 30일간 키웠다. 결과는 일반 태양광과 차이가 없었다.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파장대를 가리지 않고 잘 자란 것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온실 지붕 자체가 발전 패널이 되는 시대가 열린다.

한국에서도 이 분야의 특허가 출원돼 있다. 염료감응태양전지나 비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를 활용해 투과율과 파장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적색광(660nm)은 광합성을 촉진하고, 청색광(450nm)은 웃자람을 방지하고, 녹색광(530nm)은 곰팡이 발생을 억제한다. 작물별 최적 파장을 선택 투과시키는 ‘맞춤형 온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일본은 15년 먼저 시작했다
일본의 솔라 쉐어링은 2004년 나가시마 아키라라는 농업인이 제안한 개념이다. 2013년부터 본격 허가가 이뤄졌고, 10년간 누적 6,137건이 승인됐다. 농지 면적으로 여의도의 약 4.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본은 20년간 사업을 허용하고, FIT(고정가격매취제도)로 전기를 사준다. 덕분에 다양한 실험이 가능했다. 120종 이상의 작물 재배 데이터가 쌓였고, 태양광 패널과 빈 공간의 이상적 비율이 1:2라는 것도 밝혀냈다.
다만 부작용도 있다. 차광률 제한이 없다 보니 농사보다 태양광 수익에 치중하는 사례가 생겼다. 음지성 작물로의 쏠림도 문제다. 한국이 일본의 시행착오에서 배워야 할 대목이다.
유럽과 중국, 스케일이 다르다
세계 최대 영농형 태양광은 중국에 있다. 닝샤 자치구의 바오펑 PV 파크는 무려 1GW 규모다. 20km²의 사막 위에 태양광 패널을 깔고, 그 아래에서 구기자 열매를 재배한다. 사막화를 막으면서 전기를 생산하고 농작물까지 거두는, 일석삼조의 프로젝트다. 연간 CO₂ 배출 절감량만 169만 5,000톤이다.

이탈리아 에넬(Enel)은 170MW짜리 영농형 태양광을 이탈리아 북부에 건설 중이다. 완공되면 11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패널 사이에서 허브와 올리브를 키운다. 네덜란드 바텐폴(Vattenfall)은 추미식(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가대를 활용한 실증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고, 독일에서는 태양광 아래에서 방목 닭이 유기농 달걀을 낳는다.
2026년, 한국도 판이 바뀐다
그동안 한국의 영농형 태양광은 규제에 묶여 있었다. 농지 일시사용 기간 8년. 패널 수명 25년의 3분의 1도 못 쓰고 철거해야 했다. 경남 함양의 한 조합장은 “설치비 1억 6,000만 원을 겨우 회수했는데, 앞으로 6억 원 수익을 낼 시설을 뜯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2026년부터 상황이 달라진다. 정부가 세 가지 핵심 개선을 예고했다. 첫째, 농업진흥지역에서도 영농형 태양광 설치를 허용한다. 둘째, 사업 기간을 최대 23년으로 늘린다. 셋째, 지역마다 제각각이던 이격거리 기준을 전국 통일한다.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재생에너지지구로 지정되면 농업진흥지역 안에서도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고, 발전 수익이 마을 공동체로 환류되는 햇빛소득마을 모델도 확산 중이다. 보조금 의존에서 자생적 수익 모델로의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온실 태양광, 누구에게 맞는 선택인가
비닐하우스나 온실에 태양광을 올리는 건 분명 가능하다. 기술도 있고, 제도도 뒷받침되기 시작했다. 다만 만능은 아니다.
일조량이 충분한 남향 구조여야 효율이 나온다. 차광률 관리를 소홀히 하면 작물 피해가 커진다. 초기 투자비가 무겁고, 회수까지 14년 이상 걸린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작물과 조합하고, 23년의 사업 기간을 확보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기도 팔고, 작물도 팔고, 물도 아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
농촌에 사람이 떠나고 있다. 기후는 예측 불가능해지고 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동시에 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가 바로 영농형 태양광이다. 비닐하우스 위에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풍경. 그게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참고자료
- 연합뉴스, “한화솔루션, 농협과 함께 국내 첫 ‘태양광 스마트팜’ 선보여”, 2023.06.21
- 미래조선, “농협-한화솔루션, 태양광 에너지로 가동되는 스마트팜 국내 첫 구현”, 2022.07.05
- 목포MBC, “영농형 태양광 8배 수익 전남 영암군 성과 발표”, 2025.11.11
- Barron-Gafford et al., “Agrivoltaics provide mutual benefits across the food–energy–water nexus in drylands”, Nature Sustainability, 2019
- University of Arizona News, “Agrivoltaics Proves Mutually Beneficial Across Food, Water, Energy Nexus”, 2019.09
-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영농형 태양광 도입의 경제성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 환경정책 제33권 제2호, “Improving Korea’s Agrivoltaic Policy”, 2025
- 동아일보, “野 ‘李정부 적극추진 영농형 태양광에 벼 수확 최대 71% 감소’”, 2025.10.13
- 매일경제, “일본 농지 위 태양광 15년 앞섰지만 부작용도..한국 잠재력 커”, 2026.02.02
- 주간경향, “‘영농형 태양광 선배’ 일본에서 배울 점”, 2022.11.22
- IRS Global, “해외에서 활발해지고 있는 영농형 태양광, 대기업의 참여로 규모 확대”, 2024.05
- 네이버 블로그(jjy0501), “투명 태양 전지 패널 아래서 재배할 수 있는 유망 작물은?”, 2021.03
- 특허 KR20110024961A, “반투명한 태양전지를 이용한 온실”
- 헤럴드경제, “영농형 태양광·햇빛소득마을 확산에 ‘돈 버는 농촌’ 됐다”, 2025.12
- 한국에너지서비스, “2026년 영농형 태양광에 불어올 3가지 변화”, 2025.10
- 이데일리, “위기의 영농형 태양광…‘25년 쓸 패널, 3년 뒤 논에서 치우라니’”, 2023.07
- 한국태양에너지학회, “독립지주 영농형 태양광 발전 및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 실증”, 2023
- World Economic Forum, “Agrivoltaic farming: Growing crops under solar panels”, 2022
- Miilkii Agrow, “농업용 태양광 온실: 에너지 및 식량 생산을 위한 이중 용도 토지 전략”, 2025
- Marrou et al., “Agrivoltaic systems reduce water usage by 14-29%”, Montpellier stud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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