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un Farmer · 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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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바꿀 농업의 미래 — 수경 재배 편
흙 없이 식물을 키운다. 말만 들으면 공상과학 같지만, 이미 한국의 수경재배 면적은 2000년 474ha에서 2021년 5,634ha로 12배 뛰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올라탔다. 물 한 방울, 빛 한 줌까지 계산하는 AI가 농부의 감(感)을 데이터로 바꾸고 있다.
사실 수경재배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그런데 온도, pH, 양액 농도, 습도, 광량… 이 모든 변수를 사람이 24시간 감시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AI가 이 틈을 파고들었다.
수경재배, 왜 다시 주목받나
전 세계 농업용수가 전체 물 사용량의 70%를 차지한다. 물 먹는 하마가 따로 없다. 수경재배는 재순환 시스템을 통해 전통 농업 대비 물 사용량을 최대 90%까지 줄인다. 토마토 1kg을 키우는 데 노지에서는 60리터가 필요하지만, 첨단 순환식 수경재배에서는 단 4리터면 된다.
토지 효율도 압도적이다. 수직으로 쌓으면 같은 면적에서 재래식 농장보다 10배 이상 수확이 가능하다. 미국의 수직농장 기업 Plenty는 에이커당 최대 350배 수확량을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물 95% 절약, 토지 99% 절약. 숫자만 보면 마법 같지만, 그 뒤엔 AI와 로봇이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농사를 짓는다. 사막에서도, 극지에서도. 기후와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 수경재배의 진짜 무기다.
AI가 수경재배에서 하는 일

양액 관리의 혁명
2024년, 한국 농촌진흥청은 ‘지능형 양액 공급기’를 개발했다. 기존 양액 공급기는 작물 종류에 관계없이 범용으로 쓰였다. 세밀한 제어가 어려웠고, 온실 내 다른 장비와 연동도 힘들었다. 새로 만든 지능형 양액 공급기는 다르다. LSTM(Long Short-Term Memory) 인공지능 모형이 토마토의 증발산량과 배액량을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최적의 양액 공급량과 시기를 예측한다. 전기전도도(EC) 측정 오차는 0.07 dS/m. 유지보수 주기는 3개월이다.
사람이 눈으로 보고 “이쯤이면 되겠지” 하던 시절과는 차원이 다른 정밀함이다.
생육 예측과 수확량 최적화
머신러닝 모델(SVR, XGB, RF, DNN)을 활용한 연구에서, 상추의 생체중을 예측하는 모든 모델 시나리오의 산포지수(SI)가 <0.1 수준, 즉 0.1 미만으로 나타났다. ‘탁월한(excellent)’ 수준이라는 뜻이다. 잎 수, 수분 소비량, 건물중 같은 입력 변수만으로 수확량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이 주관한 ‘자율 온실 챌린지(Autonomous Greenhouse Challenge)‘에서는 AI 자율 제어가 오이 수확량 12% 증가, 체리토마토 에너지 사용 20% 감소, 상추 순이익 28% 증가를 달성했다. 또 다른 온실 연구에서는 AI가 사람을 이기며 토마토 수확량 10% 증가, 수익 92% 증가를 기록했다.
병해충 조기 탐지
컴퓨터 비전이 사람 눈보다 먼저 이상을 잡아낸다. 영양 결핍, 질병 감염 같은 문제를 가시 영역 밖에서 감지해 빠르게 대응한다. 한국의 AI 수경재배 스타트업 팜우보(Farm Wobo)는 병해충 발생 시 즉각 알림과 방지 대책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 절감
AI 기반 기후 제어 시스템은 에너지 소비를 30~40% 줄일 수 있다. 유럽 CEA(Controlled Environment Agriculture)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 집단(Resource Innovation Institute)의 추정치다. 학술 연구 3건에서도 AI 제어를 적용한 식물공장에서 각각 9%, 25%, 32%의 에너지 절감이 확인되었다.
코넬대와 럿거스대 연구진이 모델링한 결과, 조명 제어를 전력 시장의 실시간 가격 정보와 연동하면 전통적 조명 제어 대비 최대 80%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수경재배 시스템, 어떤 종류가 있나

AI 이야기에 앞서, 수경재배 시스템의 기본 구조를 짚고 넘어가자. “수경재배 다 같은 거 아닌가?” 하면 오산이다.
| 방식 | 원리 | 특징 |
|---|---|---|
| DWC (Deep Water Culture) | 뿌리를 영양액에 완전히 담근다 | 구조가 단순하고 유지보수가 쉽다. 물 사용량이 가장 많다 |
| NFT (Nutrient Film Technique) | 얇은 영양액 막이 뿌리 위를 흐른다 | 산소 공급이 원활하고 생장 속도를 최적화할 수 있다 |
| DFT (Deep Flow Technique) | 일정 깊이의 영양액이 천천히 순환한다 | DWC와 NFT의 중간 형태. 안정적이다 |
| 에어로포닉스 (Aeroponics) | 뿌리를 공중에 두고 영양분 미스트를 분사한다 | 수경재배보다 물을 90~95% 더 적게 쓴다. 생장 촉진 효과가 크다 |
AI는 이 모든 시스템과 결합한다. IoT 센서가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머신러닝이 환경을 최적화하며, 클라우드 대시보드로 어디서든 모니터링한다.
돈 되는 시장인가
AI 수경재배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3억 7,040만 달러(약 5,000억 원) 규모다. 2035년까지 6억 7,74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6.2%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성장을 주도한다. 인도(CAGR 9.8%)와 중국(9.1%)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국내 스마트농업 시장도 커지고 있다. 2020년 약 3,100억 원에서 2025년 6,300억 원 규모로 성장이 전망되었고, 정부는 2027년까지 농업생산의 30%를 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촌진흥청은 2026년도 스마트농업·그린바이오 분야에 1,595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과 구독형 서비스 모델이 중소 규모 농가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원격 모니터링, AI 기반 농장 관리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글로벌 기업들, 지금 어디까지 왔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수직농장 산업
솔직히 말하면, 장밋빛만은 아니다. 2025년 한 해에만 14개 실내농업·CEA 관련 기업이 파산 신청을 했다. 이 기업들이 역사적으로 모은 투자금 합계는 13억 7,000만 달러를 넘는다.
- Plenty: 약 10억 달러를 투자받은 세계 최대 규모 수직농장 기업이었다. 에이커당 350배 수확량, 물 95% 절약을 내세웠지만, 2025년 3월 챕터11(파산보호) 신청. 에너지 비용 급등과 자금 조달 난항이 원인이었다. 다만 2025년 5월 구조조정을 마치고 재기에 나섰다.
- AeroFarms: 에어로포닉스 선구자. 2023년 6월 파산 신청 후 같은 해 9월 탈출. 이후 CEO 몰리 몽고메리 체제에서 R&D 시설을 정리하고 버지니아 생산시설에 집중하며 흑자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수직농장이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게 운영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 Bowery Farming: 7억 달러 이상을 모금했지만 2024년 11월 운영 중단.
왜 이렇게 됐을까. 실내농업 전문가 헨리 고든-스미스의 진단이 날카롭다. “5~10년 안에 수익을 원하는 VC 모델과, 자산 집약적이고 마진에 민감한 실내농업 비즈니스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 인프라 펀드나 패밀리 오피스처럼 장기적 시각의 투자자가 더 적합하다는 얘기다.
살아남은 자들의 전략
실패만 있는 건 아니다.
- 80 Acres Farms: 칼레라(Kalera)의 시설과 지적재산을 인수하고, 1억 1,500만 달러 신규 자금을 확보했다. 조지아, 텍사스, 콜로라도에 시설을 추가하며 대형 상업 농장 수를 두 배로 늘렸다.
- Krop AI (인도): 2026년 2월 MES 2026에서 ‘최우수 스타트업’ 수상. AI 기반 수경재배 시스템으로 물 사용량 95% 감소, 운영 비용 50% 절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 NABTAX: 도시의 유휴 공간(옥상, 격납고)을 AI+IoT 기반 스마트팜으로 변환한다. 레스토랑, 호텔, 슈퍼마켓의 수요를 실시간으로 예측해 “이미 판매처가 정해진 작물”만 재배하는 모델이다.
- FreeBonde (스웨덴): 가정용 AI 수경재배 기기를 만든다. 창턱이나 발코니에 올려놓는 크기다. 운송과 포장 폐기물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은 어디쯤 왔나
한국 농촌진흥청이 2024년 개발한 지능형 양액 공급기는 단순한 시제품이 아니다. 특허 3건을 등록했고, 전북 완주 스마트팜 농가에서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LSTM 기반 AI가 토마토의 증발산량을 예측하고, 국가통신표준 기술을 적용해 다른 환경 제어 장치와 연동이 가능하다.
실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전북 완주의 완숙 토마토 농가가 AI 빅데이터 기반 ‘스마트팜 최적 환경설정 안내서비스’를 적용한 결과, 생산량이 최대 13.7% 증가했다. 1,000㎡당 매출은 7,059만 원에서 8,625만 원으로 올랐다.
순환식 수경재배 분야에서도 진전이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배액 재사용 기술’을 딸기에 적용하면 비료 구매비 21%, 탄소 배출량 26%가 줄어든다. 토마토는 무려 63%씩. 그런데 현실은, 한국 수경재배 면적의 95%가 여전히 비순환식이다. 배출되는 비료액을 버리고 있다는 뜻이다. 2028년까지 순환식 보급률을 1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갈 길이 멀다.
AI 수경재배 스타트업 팜우보는 2022년에 설립되어, 자체 개발한 AI 시스템으로 재배 전 과정을 자동화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 GAP 인증, 저탄소 인증까지 확보했다. 이런 기업이 더 나와야 한다.
이 기술이 해결해야 할 숙제
장밋빛 전망만 늘어놓으면 반쪽짜리다. 현실의 벽이 있다.
에너지 비용이 최대 걸림돌이다. LED 조명과 기후 제어 시스템은 전기를 많이 먹는다. 2024년 미국에서 에너지 가격이 전년 대비 15% 올랐을 때, Plenty는 캘리포니아 컴프턴 농장을 폐쇄해야 했다. AI가 에너지를 30~40% 절약해준다 해도, 그 절약분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면 의미가 줄어든다. 재생에너지와의 결합이 필수적인 이유다.
초기 투자비가 높다. 센서, 서버, 고속 네트워크, 로봇… 고도화된 시설에는 상당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중소 농가가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규모다. 클라우드 기반 구독 모델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보급 속도는 아직 느리다.
데이터 보안도 이슈다. 센서 보정, 머신러닝 이상 탐지, 랜섬웨어 공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식량 공급 체계가 디지털화되면, 해킹이 곧 식량 안보 위협이 된다.
기술 격차와 교육. AI, 빅데이터에 익숙하지 않은 농업인이 대다수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앞으로 5년, 무엇이 달라지나
- AI 기후 제어가 ‘보조 바퀴’ 역할을 한다. 초보 재배자가 고급 온실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초보 운전자에게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이 되어주듯, AI가 치명적 실수를 막아준다.
- 로봇 친화형 재배 시스템이 등장한다. 체리토마토를 짧은 주기로 키우고 로봇이 유지·수확하는 새로운 방식이 개발 중이다. 수경재배 라인을 이미징 장비와 수확기를 거쳐 이동시키는 시스템도 시험 단계에 있다.
- 품종 개량이 자동화를 가능하게 한다. 로봇이 수확하기 좋은 단단한 껍질의 블루베리, 기계 수확에 적합한 딸기 품종이 개발되면서, 수경재배+AI+로봇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다.
- 재배와 공급망이 하나로 연결된다. 실시간 생산 데이터가 유통·소비까지 이어지면, “키워놓고 팔 데가 없다”는 비극이 줄어든다.
- 시설 입지 기준이 바뀐다. 노동력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접근성, 소비 시장과의 거리가 입지를 결정하게 된다. 수백 에이커 규모의 ‘CEA 팜파크’가 미국과 유럽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마무리 대신 하나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AI 수경재배의 미래는 거창한 비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완주의 토마토 농가에서 양액 공급기가 0.07 dS/m 오차로 양액을 조절하고, 인도의 작은 스타트업이 컨테이너 농장에서 상추를 키우는 데서 시작된다.
기술은 준비되어 있다. 남은 건, 그걸 현실에 심는 사람들의 결단이다.
참고자료
- Future Market Insights, AI for Hydroponic Farming Market, 2025
- 농촌진흥청, “인공지능 활용, 수경재배 적합한 ‘지능형 양액 공급기’ 선보여”, 2025.11
- Resource Innovation Institute (AIRWG), 10 Predictions about the Future of Advanced Robotics and AI in Agriculture, Produce Grower, 2025.11
- Genetic Literacy Project, “Smart, sustainable, scalable: AI, hydroponics and the future of farming”, 2025.11
- Mokhtar et al., “Using Machine Learning Models to Predict Hydroponically Grown Lettuce Yield”, Frontiers in Plant Science, 2022
- 농촌진흥청, “환경보전, 자원절약 ‘순환식 수경재배’ 보급 늘린다”, 2023.12
- Plenty Unlimited, Company Overview & Technology Platform, prnewswire.com, 2024
- 중앙일보, “[2025 에너지 친환경 기술대상] 수경재배 농업 AI 솔루션 제공 — 팜우보”, 2025.12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국내 스마트농업 시장 동향, 2023
- Elevenflo, “Plenty Unlimited: Vertical Farming Chapter 11 Case”, 2026.02
- Vertical Farm Daily, “Krop AI wins Best Startup award at MES 2026”, 2026.02
- StartUs Insights, “10 Urban Farming Companies to Watch [2026]”, 2025.07
- AeroFarms, “AeroFarms turned itself around after bankruptcy”, 2025.06
- 농림축산식품부, “제1차 스마트농업 육성 기본계획”,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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