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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형태양광 — 실증시범사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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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형태양광 — 실증시범사업 현황

논 위에 패널을 얹고, 그 아래서 벼가 자란다. 전기도 뽑고 쌀도 거둔다. 이 조합이 그냥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미 전국 60곳 넘는 농지에서 현실로 돌아가고 있다.


개념: 광포화점을 가로채다

식물은 빛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광합성량이 더 이상 늘지 않는다. 이 임계점을 광포화점(Light Saturation Point)이라 부른다. 영농형 태양광은 이 초과분의 햇빛을 태양광 패널이 가로채서 전기로 바꾸는 원리다. 작물에겐 필요한 만큼의 일조량을, 패널엔 발전에 쓸 잉여 일조량을. 서로 나눠 쓰는 구조다.

이 아이디어는 1981년 독일의 물리학자 A. Goetzberger와 A. Zastrow가 처음 제안했다. 이후 2004년 일본의 나가시마 아키라(長島 彬)가 실용 프로토타입 모델을 개발하며 세상에 퍼졌다. 한국에선 2016년 충북 오창에서 농업회사법인솔라팜이 논과 밭에 각각 15kW를 설치해 벼와 배추를 재배한 게 첫 사례다.

구조적으로는 기둥 높이 3m 이상, 기둥 간격 4m 이상이 기준이다. 차광률은 약 30% 수준으로 제한해 작물이 충분한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다. 농기계가 들어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 태양광보다 훨씬 높고 듬성듬성한 구조물이 된다. 설치비용도 농촌형 태양광보다 2,000만~3,000만 원 정도 더 든다는 게 현장 농가의 이야기다.


실증시범사업 현황: 62개소, 그러나 대부분은 ‘실험 중’

2022년 기준 전국 영농형 태양광 설치 현황은 총 62개소다. 기관별로 보면 녹색에너지연구원 9개소, 남동발전 8개소, 한국수력원자력 6개소, 원광전력 8개소, 동서발전 5개소, 솔라팜 5개소, GS건설 4개소 등이다. 기타 지자체 기술센터가 10개소를 차지한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8개소로 가장 많고, 충북 12개소, 경기 10개소, 경남 9개소 순이다. 규모는 대부분 소형이다. 50kW 미만이 36개, 50–100kW가 23개, 100kW 이상은 단 3개뿐이다. 여기서 주목할 숫자가 있다. 개인 농업인이 자기 돈으로 설치한 상업용 영농형 태양광은 전남 보성과 충북 괴산, 단 2개소에 불과하다. 나머지 60개는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실증·시범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2025년 10월엔 농식품부가 수도권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전력계통 문제가 없고 산업단지 등으로 전력수요가 높은 경기 수도권 지역에 발전규모 1MW 이상 규모화·집적화 모델 2개소를 우선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소규모 연구 목적 실증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상업 모델로 전환하려는 첫 시도다.


주요 실증 기관별 성과

한국남동발전(KOEN)

남동발전은 2017년 경남 고성군 하이면 약 6,611㎡ 부지에서 시작해 가장 체계적인 영농형 태양광 실증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대학·중소기업과 협업해 연구개발을 추진했고, 이후 경남 거창, 함안, 함양, 하동, 남해, 고성 6개 시군에 마을별 100kW급 태양광 발전소를 무상 설치하고 마을마다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발전 이용률은 일반 태양광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하부 작물 수확률 80% 이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논란도 있다.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실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남동발전이 거창군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설비 하부에서 벼 수확량이 최대 71% 급감한 사례가 확인됐다. 경남 함양군 51%, 함안군 40% 감수 사례도 나왔다. 평균 감수율 15.7%라는 공식 수치와 현장 최악값 사이의 간극이 상당하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수원은 경기도 가평군 청평수력발전소 주변 농지에 ‘농가참여형 태양광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1,988㎡ 부지에 73.125kW 용량으로 설치했으며, 초기 수확량 검증 결과 일반농지 대비 86%의 수확률을 기록했다. 영농 병행 태양광 발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다.

전남 영암군 실증 사례 (2025년)

2025년 가장 주목받은 실증 결과다. 전라남도 영암군에서 1년 동안 진행한 실증사업 결과, 일반 논 대비 8.4배 매출을 기록했다고 군이 발표했다. 벼 수확량은 태양광 설비로 인한 일조량 감소로 21% 줄었지만, 연간 태양광 발전 매출 추정액이 이를 상쇄하고도 약 872만 원을 더 올렸다. 2025년 상반기 계통한계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평균가격(kWh당 185원)을 적용하면 예상 발전 매출액은 약 897만 원이다. 총 매출 약 989만 원은 단순 벼농사 매출의 8.4배가 넘는다.

전남 최대 규모 준공 (2025년)

2025년 5월, 전라남도에 전국 최대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발전소가 준공됐다. 총 3MW 중 1단계가 완공됐으며, 주민들이 직접 조합을 만들어 추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생에너지 수익이 외지 자본이 아닌 지역 공동체에 환원되는 구조다.


작물별 감수율: 숫자가 말하는 것

2022년 기준 녹색에너지연구원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작물별 감수율은 다음과 같다.

작물실증 농가 수평균 감수율
20곳12.6% 감소
양파12곳16.0% 감소
마늘9곳21.5% 감소
감자10곳10.0% 감소
배추6곳15.1% 감소
3곳22.0% 감소
포도4곳2.0% 감소
녹차2곳29.8% 증수

눈에 띄는 건 녹차다. 오히려 생산량이 늘었다. 녹차는 직사광선보다 산광(散光)을 좋아하는 작물이라, 패널이 만드는 차광 효과가 오히려 생육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포도도 2%밖에 안 줄었다. 반면 벼는 평균 12.6%이지만 지역과 설치 환경에 따라 최대 71%까지 감수 폭이 벌어진다. 즉, 작물 선택이 사업의 경제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경제성 분석: 8년은 너무 짧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2023년 발표한 보고서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현행 농지법상 영농형 태양광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은 최대 8년이다. 이 조건에서 경제성을 분석하면 비용-편익 비율(B/C)이 0.74로 떨어진다. 적자다.

반면 허가 기간을 20년 이상으로 늘리면 B/C는 1.24로 올라가고, 벼만 재배했을 때보다 2.8배 더 많은 수익이 나온다. KREI는 경제성 확보를 위한 최소 사업 기간을 20년 이상으로 제시했다. 충북 괴산 농가 실측 사례에서도 월평균 태양광 수익 220만 원, 연 2,000만 원 이상의 추가 수익이 가능하다고 확인됐다.


법적 근거: 아직 제도 밖에 있다

사실 지금까지의 실증시범사업은 전부 ‘편법 아닌 편법’ 구조에서 운영됐다. 영농형 태양광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농지법 제36조 제2항의 ‘타용도 일시사용협의’ 규정을 활용해 설치해 왔는데, 허가 기간이 최대 8년이라 경제성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2024년 4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을 의결했다. 3대 전략은 ①농업인 주체화, ②비우량농지 중심 집적화 유도, ③촘촘한 사후관리 체계 구축이다. 농업진흥지역 외 농지에 대해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8년에서 23년으로 연장하는 방향도 제시됐다.

2025년 8월에는 서왕진 의원 등 14인이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사업 승인 기간 30년 이내, 발전사업 지구 지정, 정책자금 지원, 영농형 태양광 종합지원센터 설치 등을 담은 법안이다. 2026년 1월에는 실제 3년 이상 경작한 농업인에게만 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임차농이든 자경농이든, 실경작 3년이 기준이 될 전망이다.


잠재력: 농지 6.2%만 써도 60GW

농지 면적 활용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한국 농경지(약 190만 헥타르) 중 6.2%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2050년까지 약 60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보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있다. Agora Energiewende의 K-map 2.0 시나리오에서도 같은 수치가 제시됐다.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핵심 변수로 영농형 태양광이 부상하는 이유다.

작물 생산성과 발전 효율을 각각 100%로 놓았을 때, 영농형 태양광으로 합치면 각각 80%로 떨어지지만 합산하면 160%의 토지 이용 효율이 가능하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분석이다. 땅 한 뼘을 두 가지 방식으로 동시에 쓰는 셈이다.


과제: 말 안 해도 다 아는 세 가지

첫째, 법적 공백. 특별법이 아직 제정 전이다. 모든 사업이 임시방편 허가 체계 안에서 운영된다. 제도가 완성되지 않으면 민간 자본과 농업인 모두 투자를 꺼린다.

둘째, 작물 감수율 편차. 평균 15.7%라는 수치가 있지만 최악은 71%다. 패널 설치 방식, 지역 일조량, 작물 종류에 따라 결과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표준 설계 가이드라인과 작물별 최적화 데이터가 부족하다.

셋째, 임차농 문제. 전체 농지의 상당 부분을 임차농이 경작한다. 영농형 태양광 도입으로 토지 소유주에게 임대료 인상 협상력이 생기면, 정작 농사짓는 임차농이 배제될 수 있다. 정부는 임차농에게도 발전사업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아직 논의 중이다.


맺으며

영농형 태양광은 거창한 수식어가 필요 없다. 농사도 짓고 전기도 팔고. 단순하다. 영암군 실증 결과처럼 매출이 8배 뛰었다는 숫자가 나오면 농업인의 귀가 쫑긋해진다. 하지만 법 한 줄, 허가 기간 몇 년이 이 사업의 생사를 가른다. 제도가 따라와야 기술이 의미를 갖는다. 2026년, 특별법 제정이 현실화되는지 여부가 이 사업의 분기점이 된다.


참고자료

  1.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영농형 태양광 도입의 경제성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정책연구보고 P293, 2023.11. — https://repository.krei.re.kr/bitstream/2018.oak/30971/1/P293.pdf
  2. 농림축산식품부,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 탄녹위 발표, 2024.04.22. — https://www.mafra.go.kr/home/5109/subview.do?enc=Zm5jdDF8QEB8JTJGYmJzJTJGaG9tZSUyRjc5MiUyRjU3MDE0NSUyRmFydGNsVmlldy5kbyUzRg
  3. 농림축산식품부, ‘수도권 영농형태양광 조성 시범사업 추진’ 보도자료, 2025.10.13. — https://www.mafra.go.kr/home/5109/subview.do?enc=
  4. 이투데이, ‘영농형 태양광 제도화 속도…정부, 핵심 쟁점 정리 나섰다’, 2025.11.18. — https://www.etoday.co.kr/news/view/2527335
  5. 국민참여입법센터,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안’, 서왕진의원 등 14인, 2025.08.27. — https://opinion.lawmaking.go.kr/gcom/nsmLmSts/out/2212438/detailRP
  6. Greenium, ‘재생에너지+식량안보 모두 잡는 영농형 태양광’, 2024.10.09. — https://greenium.kr/news/57684/
  7. 다음뉴스, ‘野 “李정부 적극추진 영농형 태양광에 벼 수확 최대 71% 감소”’, 2025.10.13. — https://v.daum.net/v/20251013173938478
  8. YouTube(AI뉴스), ‘영농형 태양광 8배 수익 전남 영암군 성과 발표’, 2025.11.11. — https://www.youtube.com/watch?v=VMkM-IBaPbA
  9. Agora Energiewende, 「2050 Climate Neutrality Roadmap for Korea K-Map Scenario 2.0」 — https://www.agora-energiewende.org/fileadmin/Projekte/2021/202104INTKoreaMap/K-Map2.0_EN-final.pdf
  10. Gekko System, ‘영농형 태양광, 2026년의 조망’, 2025.11.16. — https://gekkosystem.com/영농형-태양광-2026년의-조망/
  11. 전자신문, ‘남동발전, 영농형태양광으로 농가 사업모델 구축’, 2020.11.16. — https://www.etnews.com/20201117000067
  12. 경향신문, ‘땅에는 벼·하늘엔 전기…1타2피 영농형 태양광’, 2022.11.22. — https://www.khan.co.kr/article/20221122135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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