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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형태양광법 시행 준비 : 23년 사용 구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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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형태양광법 시행 준비 : 23년 사용 구조의 의미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시설


8년. 그게 전부였다.

태양광 패널의 수명은 25–30년이다.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데 최소 12–15년이 걸린다. 그런데 농지에서 영농형 태양광을 돌릴 수 있는 기간은 기껏해야 8년으로 묶여 있었다. 이 숫자 앞에서 어떤 금융기관도 대출을 쉽게 열어주지 않았고, 어떤 농업인도 선뜻 나서기 어려웠다. 제도가 사업을 가로막고 있었던 셈이다.

2026년 5월 7일, 그 구조가 바뀌었다.


14년이 걸린 단 하나의 숫자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영농형태양광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농지법 개정안도 같은 날 함께 통과됐다. 영농형 태양광이 ‘타용도 일시사용허가’의 명시적 대상으로 법조문에 처음 올라간 순간이다.

한국에서 영농형 태양광 논의가 시작된 건 2010년대 초반이다. 일본과 유럽에서 먼저 실증이 시작됐고,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과제가 2017년부터 본격 가동됐다. 그러나 법적 근거 없이 농지법의 허가 예외 조항을 활용하는 방식으로만 근근이 버텨왔다. 2023년 말 기준 국내 설치 규모는 62개소, 약 3MW에 불과했다. 일본이 같은 시기 수백 MW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그 핵심 원인이 바로 8년 제한이었다.


23년이 의미하는 것 : 숫자 하나가 경제학을 바꾼다

2024년 4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을 의결하면서 처음으로 23년 연장을 공식 목표로 제시했다. 농식품부는 3대 전략을 함께 제시했다. ①농업인을 사업 주체로 설정, ②비우량 농지 중심으로 집적화 유도, ③촘촘한 관리체계로 부실영농 방지. 그중 가장 즉각적인 파급력을 가진 변화가 사용 기간 확대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의 경제성은 운영기간 20년 이상이 확보될 때 비로소 벼농사 대비 수익이 2.63–2.8배 수준으로 올라선다.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설치비가 줄어들면 최대 4.1배까지 벌어진다. 8년으로는 이 구간에 도달할 수 없었다. 23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기간을 늘린 것이 아니라, 금융 조달의 문을 열고 수익 모델을 처음으로 설계 가능하게 만든 전환점이다.

그런데 이 23년이 통째로 보장되는 건 아니다.


8+5+5+5가 된 이유 : 구조의 이면

초기 논의에서는 허가기간을 한꺼번에 23년으로 줄 것이냐를 두고 논쟁이 있었다. 정부는 결국 8년 기본 허가에 5년씩 3회 연장하는 방식, 즉 ‘8+5×3=23’을 검토했다. 이후 최종 통과된 법안에서는 최대 23년(최초 5년 + 연장 18년) 구조로 정리됐고, 농식품부는 3년마다 허가를 갱신하는 방식을 시행령에서 검토하고 있다.

왜 이렇게 쪼개놨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한 번에 23년을 허가해버리면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발전 수익만 챙기는 ‘가짜 영농’이 판을 칠 수 있다는 우려다. 사용 기간을 단계적으로 나눠 매번 영농 이행 여부를 검증하는 구조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23년이라는 숫자는 목표 기간이고, 실질적 사업기간은 매 갱신 구간마다 영농 실적을 증명해야 채워지는 구조다.

정부가 준비 중인 검증 체계도 촘촘하다. 농지관리원과 한국농어촌공사가 현장을 점검하고, 농관원 확인, 앱·카메라 전송 등 다중 채널을 동시에 가동하는 방식이다. 영농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 → 과징금 → 사업정지 → 사업권 취소 4단계 제재가 순서대로 따라온다. 심지어 논의 과정에서는 “농사 소출 예상 금액의 3배 과징금”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빠져나갈 구멍을 처음부터 막겠다는 의지다.


농업진흥지역 : 남겨진 숙제

이번 법의 원칙은 명확하다. 농업진흥지역 외 농지가 기본 대상이다.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량 농지는 처음부터 대상에서 뺐다. 사실 이건 예상된 선택이었다. 논란이 적고, 실익이 가장 높은 비진흥지역부터 출발하는 건 합리적이다.

그러나 농업진흥지역이 완전히 막힌 건 아니다. 지자체가 「농촌공간재구조화법」에 따라 ‘재생에너지지구’로 지정한 농지라면 진흥지역 내에서도 사업이 가능하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이 지구 안에서는 농업법인도 사업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예외 조항의 구체적 기준이 모두 시행령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어떤 농지를 재생에너지지구로 지정할 수 있는지, 농업법인의 비농업인 출자 비율은 어디까지 허용할지 — 이 숫자들이 정해지기 전까지 농업진흥지역에서의 사업 가능성은 사실상 안개 속이다.


사업 주체의 조건 : 3년 경작이라는 문턱

영농형태양광법은 사업 주체 요건을 꽤 엄격하게 잡았다. 발전설비 소재지에 거주하면서 3년간 농업경영을 한 농업인이어야 한다. 임차농도 포함된다. 여기에 주민 10인 이상이 설립한 주민참여협동조합도 사업 주체가 될 수 있고, 재생에너지지구에서는 농업법인까지 문이 열린다.

‘거주 + 3년 경작’이라는 조건은 외지 자본의 직접 진입을 막는 첫 번째 방어선이다. 발전사업자나 금융자본이 농업인을 명목 출자자로 내세워 실질을 지배하는 구조는 여전히 경계 대상이다. 다만 법무법인 세종의 분석처럼, 실무에서는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거나 지분투자 방식으로 간접 참여하는 구조가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 회색지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시행령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


설치 기준 : 농기계가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숫자로 된 물리 기준도 있다. 정부가 검토하는 설치 기준은 세 가지다.

  • 모듈 설치 비율 30% 제한 : 전체 농지 면적 대비 패널이 차지하는 비율
  • 지주 높이 2.5–3m : 트랙터·콤바인 등 농기계가 아래를 통과할 수 있는 최소 높이
  • 구조물 간격 약 4m : 기계 작업 동선 확보

이 기준의 핵심은 ‘농기계가 다닐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다. 패널을 깔기 위한 농지가 아니라, 농사를 계속 짓는 농지 위에 패널을 얹는 구조만 허용하겠다는 원칙이 물리 기준으로 구현된 것이다.

그런데 30% 일률 적용에는 맹점이 있다. 벼와 녹차는 같은 30% 차광에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실증 데이터에 따르면 벼의 감수율은 최대 71%에 달했지만, 녹차나 무화과·포도는 오히려 차광이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같은 기준이 작목에 따라 사업 가능 여부를 가르는 셈이다. 작목별 차등 기준을 시행령에서 반영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임차농 보호 : 처음으로 생긴 안전장치

이번 법에서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조항이 하나 있다. 임차농 보호 규정이다.

발전사업자는 사업 기간 동안 임대차 계약을 자동 갱신해야 한다. 임대료는 약정 차임이나 보증금의 5%를 초과해 올릴 수 없다. 농식품부는 표준계약서를 작성·보급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왜 이게 중요한가. 한국 농지의 상당 부분이 임대차 구조로 운영된다. 발전 수익이 붙으면 지주가 임대료를 올리거나 계약을 해지해 임차농을 내쫓을 유인이 생긴다. 영농형 태양광이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면, 임차농을 보호하는 장치 없이는 그 원칙이 허울에 그친다. 처음으로 법에 명문화됐다는 것 자체가 진전이다.


시행 준비의 현재 : 공포 후 6개월

영농형태양광법은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를 거쳐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 시행된다. 지금이 2026년 5월이니, 시행 시점은 대략 2026년 11–12월로 예상된다. 목표는 2026년 9월 시행이었지만 최종 통과가 5월 7일이었으므로 실질적인 시행은 연말 전후가 될 것이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농식품부는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 영농 유지율, 면적·발전용량 상한, 재생에너지지구 지정 기준, 패널 높이 및 구조 규격, 농업법인 출자 요건, 표준계약서 양식 — 이 모두가 아직 숫자 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문장 뒤에 서 있다. 법이 큰 틀을 정했다면, 시행령이 사업의 실제 모습을 결정한다.


결국 이 법이 말하는 것

23년 사용 구조는 단순히 기간을 늘린 게 아니다. 그것은 “영농형 태양광이 농업인의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국가의 선언에 가깝다. 8년으로는 농업인이 주도하는 사업이 불가능했다. 회수 기간이 짧아 결국 외부 자본이 구조를 지배하거나, 아예 사업이 성립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였다.

23년은 그 구조를 뒤집는 숫자다. 갱신 구조가 까다롭고 시행령의 숫자들이 아직 채워지지 않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발전 수익도 가져가고, 농지는 농지로 유지되며, 임차농은 쫓겨나지 않는다. 그 원칙을 처음으로 법으로 명문화한 것이 이번 영농형태양광법의 실질적 의미다.

빈 칸을 채우는 시행령이 6개월 안에 나온다. 그 숫자들이 이 법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참고자료

구분출처내용
법령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2026.5.7 국회 본회의 통과)법 전문
법령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 (2026.5.7 국회 본회의 통과)타용도 일시사용허가 명시
정부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2026.5.7)영농형태양광법 본회의 통과
정부농림축산식품부, “농가소득을 높이고 식량안보를 지키는 영농형 태양광 도입 전략 발표” (2024.4.23)3대 전략, 23년 연장 발표
정부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 의결 (2024.4.23)23년 목표 공식화
연구한국농촌경제연구원, “영농형 태양광 도입의 경제성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KREI, 2023)경제성 분석
미디어경향신문, “영농형 태양광 경제성 없다? 대체로 거짓” (2026.5.14)농가 소득 2.63–4.1배 분석
미디어머니투데이방송, “[단독] 영농형 태양광 허가, 8+5×3=23년으로 추진” (2026.1.11)허가 구조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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