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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형태양광 제도화 : 농지보전 / 수용성 / 수익성의 3중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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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형태양광 제도화 : 농지보전 / 수용성 / 수익성의 3중 균형


농촌 현장에서는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땅을 파먹는다’는 말로 표현해 왔다. 태양광이 들어오면 농지가 살아남지 못한다는 두려움. 그 두려움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결국 그 경계를 어디서 긋느냐가 영농형태양광 제도화의 본질이다.

영농형태양광(Agrivoltaics)은 농지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농사와 전력 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방식이다. 개념 자체는 1981년 독일 물리학자 괴츠베르거가 처음 제안했고, 2000년대 초부터 독일·프랑스·일본이 실증에 나섰다. 한국에서는 2019년 즈음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법적 지위는 불완전하다.


1. 왜 지금이 결정적인가

2050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목표 아래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는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토의 특성상 태양광을 설치할 평지는 절대 부족하다. 산지를 깎거나 농지를 전용하거나,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그 딜레마를 비껴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가 영농형태양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4월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을 발표하면서 3대 원칙을 공식화했다 — ①농지 보전, ②영농 지속, ③농민 중심. 일시사용허가 기간도 기존 8년에서 2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경제성 분석상 투자 회수를 위해서는 최소 20년 이상의 사업 기간이 필요하다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23)의 분석이 근거였다.

국정과제로도 격상됐다. 2025년 10월, 이재명 정부는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영농형태양광 규제 완화를 공식 발표했다. 특별법 제정, 신재생에너지법 개정, 농지법 개정이라는 3단계 로드맵이 나왔고, 2026년 상반기 농지법 개정 완료가 목표다.


2. 농지보전 : 가장 무거운 추

농지는 식량안보의 물리적 기반이다. 한 번 전용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이 명제 앞에서 영농형태양광 지지론자들도 쉽게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다.

핵심 쟁점은 ‘진짜 농사를 짓느냐’다. 현재 농지법은 패널 설치를 ‘타용도 일시사용’으로 분류한다. 농업 행위로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패널만 꽂아놓고 실제 경작은 포기하는 ‘허수 영농’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2026년 4월에도 준공 1년 뒤 발전 수익 0원에 영농의무 미이행 사례가 보고됐을 정도다.

프랑스는 2024년 4월 총리령(Décret n° 2024-318)을 통해 이 문제를 법으로 막았다. 영농형태양광으로 인정받으려면 설치부지 중 영농할 수 없게 된 면적이 10% 이하여야 하고, 토양 복원이 가능해야 하며, 농업이 ‘주된 사업’이어야 한다. 숫자가 구체적이면 부정을 막는 힘도 구체적이다.

한국의 특별법안(2025년 8월 서왕진 의원 등 14인 발의)도 비슷한 방향을 잡았다. 승인 기간을 30년으로 설정하되, 농지를 훼손하는 자재 사용 금지, 지정 작물 외 재배 금지, 사후 실적 보고 의무 등을 명시했다. 농지보전이 제도화의 전제 조건이지, 규제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3. 수용성 : 땅 주인과 농사꾼이 다른 나라

한국 농촌의 가장 불편한 진실은 토지소유자와 실경작자가 다른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이다. 2020년대 기준 논 임차율은 전국 평균 50%를 훨씬 넘는다. 영농형태양광 사업 주체를 ‘농지 소유 농업인’으로 한정하면, 그 혜택은 자연스럽게 땅 주인에게 집중된다.

임차농이 제기하는 가장 현실적인 공포는 임대료 상승이다. 발전 수익이 기대되는 농지의 임대료가 올라가면 실제로 농사짓는 사람들이 땅에서 쫓겨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2019년 염해지 태양광 확산 당시 일부 지역에서 이미 경험한 학습 효과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2025년 10월 ‘연내 해소 방안 마련’을 공언했다. 임차농이 영농조합법인 조합원 형태로 사업에 직접 참여하거나, 발전 수익을 마을 공동기금으로 환원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전남 영광의 협동조합 모델이 대표 사례다. 주민들이 조합을 구성해 논농사와 발전을 병행하고, 수익을 ‘햇빛 연금’처럼 나눠 갖는 구조다.

마을 단위 이익공유 없이는 수용성이 없다. 수용성 없는 확산은 결국 또 다른 난개발이다. 경기도 사례에서 보듯, 정부는 수도권 지역에 1MW 이상 영농형태양광 단지를 우선 조성해 주민 주도형 모델을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4. 수익성 : 숫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면

100kW 규모 기준으로 설치비는 1억 5천만~2억 원 수준이다. 지붕형 태양광보다 약 1.5배 비싸다. 구조물 높이(3m 이상), 농기계 진입 통로, 모듈 간격 설계에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기준 수익 예시는 이렇다 — 연간 발전량 약 12만 kWh, SMP 112.94원, REC 71.85원 적용 시 연간 수익 약 2,661만 원. 한국환경연구원은 금융 여건과 전력가격 지원 조건에 따라 농가 연간 수익을 400–900만 원으로 분석했다. 범위가 넓은 만큼 조건이 결정적이다.

작물 수확량은 어떨까. 전남농업기술원의 2020년 실증 데이터에 따르면 영농형태양광 설치 후에도 수확량의 80%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 차광률 30% 미만 적용 시 잎채소류(양배추 등)는 수확량이 오히려 늘기도 한다. 마늘·양파 같은 지하부 작물은 불리하다. 작물 선택이 수익성 계산의 절반이다.

수익성의 가장 큰 변수는 REC 가중치다. 영농형태양광은 현재 REC 가중치 1.5–2.0을 적용받는 경우가 있지만 구체적 기준이 불명확하다. 특별법안 17조는 REC 가중치 우대·신설을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이게 현실화되느냐가 사업성의 분기점이다.


5. 제도의 설계 방향 : 3중 균형의 실천

세 가지 가치를 동시에 잡으려면 제도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핵심 구조는 단순하다.

농지보전 측면에서는 영농 면적 손실 상한(10% 이하)을 법제화하고, 사업 종료 후 토양복원의무를 이행보증 방식으로 담보하며, 허수 영농 적발 시 허가 취소와 벌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수용성 측면에서는 임차농의 발전사업 참여 경로(조합원 자격, 발전이익 배분율)를 법조문에 담아야 한다. 지주가 일방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파기하지 못하도록 계약해지 제한 규정도 필요하다. ‘마을이 사업 주체가 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열어두는 것이 장기적 수용성을 만든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사업 기간 23–30년 보장, REC 가중치 명문화, 이격거리 규정 전국 통일이 필요하다. 또 계통 접속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법이 있어도 사업은 시작되지 않는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2024년 6월 시행)의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을 영농형 집적지에 우선 적용하는 행정 연계도 풀어야 할 과제다.


6. 해외에서 배울 것, 한국이 만들 것

일본은 2012년부터 영농형태양광을 제도화해 2022년 기준 120개 이상 작물 재배 실적을 쌓았다. 독일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실증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농사 수익보다 발전 수익이 수배에 달하는 사례가 보고된다. 프랑스는 2030년 재생에너지 40% 목표 달성을 위해 영농형을 국가 전략으로 격상했고, 법적 인정 기준과 사후관리 체계를 세계에서 가장 정밀하게 구축했다.

한국이 배울 것은 단순하다 — 규정의 구체성. ‘영농형이어야 한다’는 선언보다 ‘영농할 수 없게 된 면적이 10% 이하’라는 숫자가 제도를 움직인다. 현장에서 판단 재량이 클수록 제도는 흔들린다.

그리고 한국만의 과제가 있다. 소농·임차농 비율이 높다는 구조적 특성이다. 프랑스나 독일의 영농형태양광 성공 사례는 대규모 자작농을 기반으로 한다. 한국에서 그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면 임차농 퇴출이라는 부작용이 선명하게 남는다. 협동조합 형태의 주민참여 구조를 제도의 기본 단위로 설계하는 것, 그것이 한국형 영농형태양광이 가야 할 방향이다.


참고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 발표 보도자료, 2024.04.23
  • 농림축산식품부, 「질서정연한 영농형 태양광 도입으로」 보도자료, 2025.10.16
  • 서왕진 의원 등 14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안」 (제2212438호), 2025.08.27
  • 국가전략포털, 「프랑스 영농형 태양광 제도」, 2024.08
  • 김앤장 법률사무소, 「프랑스 영농형 태양광 제도」 뉴스레터, 2024
  • 한국환경연구원, 영농형 태양광 경제성 분석 보고서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영농형 태양광 경제성 분석, 2023
  • 전남농업기술원, 영농형 태양광 작물 실증 데이터, 2020
  • 「환경정책」 제33권 제2호, 영농형 태양광 수용성 관련 연구, 2025.06
  • 에너지앤스페이스, 「농촌 에너지 전환을 위한 다양한 영농형 태양광 비즈니스 모델」, 2025
  • KIFC(한국식량기후재단), 「영농형 태양광 계통 병목」, 2026.05.08
  • KTV 국민방송, 「농가소득 증대·재생에너지 확대···영농형 태양광 규제 개선한다」, 2025.10.26
  • Décret n° 2024-318 du 8 avril 2024 relatif au développement de l’agrivoltaïsme (France)
  • LOI n° 2023-175 du 10 mars 2023 relative à l’accélération de la production d’énergies renouvelables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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