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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스마트팜, 결국 뭐 하는 거길래 자꾸 얘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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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인스타그램에서 본 300평짜리 온실에 센서 몇 개 달았다는 글이 자꾸만 떠올랐다. 댓글에선 “이게 스마트팜인가요?”라는 질문이 수십 개. 그런데 뜻 있는 답변은 거의 없었다. 사실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엄청난 기술, 어마어마한 투자금이 떠오르잖아. 그런데 실제로는 훨씬 가깝고 작은 단계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거,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스마트팜? 그거 뭔데 비싼 거 아닌가

스마트팜은 결국 간단하다. 농장의 온도, 습도, 토양 수분, 빛 같은 환경 데이터를 자동으로 재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물 주기, 환기, 온도 조절 같은 작업을 자동으로 또는 반자동으로 하는 거다. 손으로 매일 재고 다니던 것을 기계가 대신 해주고, 그 기계도 똑똑해서 상황에 맞게 스스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게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는 거다. 보급형 스마트팜은 말 그대로 작고 저렴한 버전이다. 센서 몇 개, 컨트롤러 하나, 그리고 인터넷 연결. 이 정도면 충분하다. 초대형 시설농업 회사들이 하는 그런 복잡한 시스템이 아니라, 동네 농부도 충분히 도입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는 거.

기존 스마트팜과 뭐가 달라?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존의 대형 스마트팜은 상당하다. 수십억 원대 투자에 박사급 기술자 여럿이 달라붙어 관리하는 식이다. 수확량을 정확히 예측하고, 최적의 생육 환경을 밀리단위로 조절하고, 거기서 나온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내년 농사까지 미리 계획한다. 농업이라기보다 정밀 제조업에 가까워진다.

보급형은 다르다. 센서로 주요 정보만 수집한다. 온도, 습도, 흙의 물 상태. 이 정보들이 핸드폰으로 날아온다. 그러면 농부가 보고 판단한다. “아, 흙이 너무 말랐네. 물을 줘야겠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 액션을 취하거나, 아예 자동으로 물을 주도록 프로그래밍해둘 수 있다. 환기도 마찬가지. 온도가 30도를 넘으면 자동으로 창문이 열린다거나, 스프링클러가 작동한다거나, 그 정도다.

결론은 이거다. 기존 스마트팜은 “완전히 자동화된 정밀 농업”이고, 보급형은 “손으로 하던 일을 줄이되, 완벽함은 포기하는 농업”이라는 뜻이다.

실제 투자 비용, 진짜 얼마면 될까

여기서부터가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솔직히 말하면 농장 규모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기준을 잡아보자면 이 정도면 된다.

초소형 세트(온실 100평 미만): 센서 3-4개, 기본 컨트롤러, 관수 자동화 시스템으로 300만 원~500만 원대. 이 정도면 기본 세팅은 가능하다. 온도, 습도, 토양 수분 정도만 잡아도 충분하니까.

소형 세트(100평~300평): 센서 6-8개, 고급 컨트롤러, 자동 환기 시스템까지 붙으면 800만 원~1500만 원. 여기서부턴 좀 본격적이다. 작은 농장이 제대로 운영해보겠다는 수준.

중형 이상: 수천만 원대부터는 차라리 기존 대형 스마트팜 업체와 상담하는 게 낫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될 게, 센서는 계속 추가할 수 있다는 거다. 처음엔 온도, 습도만 시작했다가, 나중에 토양 센서 추가하고, 또 양분 측정 센서 추가하고, 이런 식으로 점진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한 번에 다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설치하고 운영하기, 어렵지 않을까

이게 보급형이 뜨는 이유 중 하나다. 복잡하지 않다. 센서를 온실 벽에 달고, 컨트롤러를 실내 한 귀퉁이에 놔두고, 와이파이나 LTE로 연결하면 끝이다. 설치 자체는 하루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다만 초반 세팅이 약간 번거롭다. 어느 온도에서 물을 줄 것인가, 습도가 80%를 넘으면 환기를 할 것인가, 이런 조건들을 설정해야 한다. 근데 이건 한 번만 하면 된다. 그 다음엔 거의 손을 안 댄다. 물론 센서 청소나 배터리 교체 같은 유지보수는 필요하지만, 이것도 월 1-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센서가 고장 나거나 오류가 생기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센서는 습한 환경에 약하다. 온실 같은 고습 환경에서 센서가 곰팡이가 피거나 부식될 수 있다. 데이터 연결이 끊기거나, 센서 값이 튀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직접 센서를 확인하고 조정해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조금의 기술 이해가 필요하다.

실제 효과, 정말 괜찮을까

여기서부터 각자의 상황이 많이 갈린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물 낭비가 줄어든다”는 거다. 토양 센서가 정말 필요한 순간만 물을 주라고 알려주니까, 경험 부족으로 마구 주던 물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30~40% 정도 물 사용량이 떨어진다는 보고가 많다.

온도와 습도 관리도 마찬가지다. 밤새 모니터링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필요하면 자동화해둔 조건이 알아서 조절해준다. 새벽 3시에 온실에 나가서 창문을 열었다던지, 그런 수고가 많이 줄어든다.

그런데 수확량이 얼마나 늘어나는가? 여기선 이렇게 답변하고 싶다. “보장할 수 없다.” 사실 잘 관리하던 농사꾼이 하던 손으로 하는 농사와 스마트팜의 수확량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초보자나 다른 일로 바쁜 농사꾼이라면? 그럼 얘기가 달라진다. 일관성 있는 환경 관리로 품질이 올라간다. 흠이 적은 농산물이 나온다. 시간도 절약된다.

결국 스마트팜의 진짜 가치는 “노동 시간 감소”와 “일관성”이지, “기적적인 수확량 증가”는 아니다.

어떤 농산물에 좋을까

모든 걸 다 되지만, 특히 적합한 게 있다. 잎채소(상추, 케일, 쌈 채소),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오이 같은 것들이다. 이들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정확한 온도와 습도 관리가 수확량과 품질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반면 고구마, 무, 배추 같은 노지 작물은 굳이 스마트팜까지는 필요 없을 수도 있다. 물론 할 수 있지만, 투자 대비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기술은 어떻게 작동할까

센서에서 정보가 모인다. 이 정보는 클라우드(인터넷 서버)로 올라간다. 거기서 앱을 통해 농부가 확인한다. 동시에 미리 정해둔 조건에 따라 자동 명령이 나간다. “온도가 32도를 넘으면 환기 시작”, “흙 수분이 20% 이하면 물 공급” 이런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게 뭐냐면, 이 모든 게 오프라인도 작동한다는 거다. 와이파이가 끊겨도 센서는 계속 데이터를 모으고, 컨트롤러는 미리 정해진 프로그래밍대로 작동한다. 그래서 인터넷이 안 되는 오지 농장도 충분히 쓸 수 있다.

그럼 보급형으로 시작할 만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간단하다. “시작해봐야 안다.” 사실 기술도 계속 나아지고, 가격도 계속 내려간다. 3년 전에 200만 원 했던 센서 세트가 지금은 100만 원대다. 관련 기업도 늘어나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초보자용 제품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만약 현재 농장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싶다면? 센서 1-2개로 시작해보자. 온도 센서 하나만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그 다음에 필요한 것들을 천천히 추가하면 된다. 100평짜리 온실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다. 거기서 배운 경험이 나중에 더 큰 시설로 확장할 때 큰 자산이 된다.

결국 스마트팜이란 게 특별한 게 아니다. 재래식 농법에 조금의 기술을 얹은 거일 뿐이다. 그리고 보급형이라는 건, 그 조금의 기술이 이제 정말 “조금” 수준으로 충분해진다는 뜻이다.

농업의 미래가 뭐냐고 물으면, 거창한 답변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다. 지금 당신 농장에 필요한 게 뭔지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기술을 천천히 더해가는 것. 그게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