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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데이터 기반 농업,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농업에서 과연 가능할까?
무더운 여름, 비닐하우스에 온습도 센서를 설치한 농부는 스마트폰 앱을 켜 “자동 환기 실시”기능을 보여주었다. 깜짝 놀랐다.그 반대편에는 수억 원을 들여 최신 AI 시스템을 깔았는데도 오히려 작물이 더 못 되는 바람에 한숨을 쉬고 있는 농가도 있다. AI와 데이터. 언론에서는 “농업의 미래다”라고 외친다. 그런데 정말일까? 실제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가에서 가능할까?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2025년 AI 융합 농업 전략을 보면 꽤 야심차다. 농가 수입 20% 향상, 농작업 위험 20% 경감, 개발보급 기간 30% 단축. 숫자만 봐서는 정말 혁명 같다. 그런데 이건 최고의 조건에서 나온 수치다.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실제로 뭐가 가능한가
먼저 명확히 하자. 스마트팜이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지난해 충남 논산의 한 농가는 1천만 원대의 보급형 스마트팜을 도입해서 재배 면적을 두 배로 늘렸고, 농가 소득도 30% 가까이 올렸다. 충청북도 옥천의 70세 농민은 비닐하우스에 온습도·토양 센서를 깔고 자동 환기, 자동 관수를 돌려가면서 여전히 안정적으로 소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수치들을 잘 보면 패턴이 보인다. 성공 사례들은 대부분 “꼭 필요한 것만” 도입한 곳이다. 방울토마토 재배를 위해 온습도 센서와 자동 환기 시스템만 깔았다. 딸기 재배에는 토양 수분 센서 몇 개와 관수 자동화만 했다. 전부가 아니라 부분을 정복한 거다.
반면 실패하는 곳들은 어떨까? 충북 진천의 A 농가는 2023년 농업기술센터 지원으로 스마트팜을 설치했다. 그런데 온습도·토양·CO₂ 센서 데이터가 무슨 뜻인지 이해 못 했고, 제어 조건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농번기가 되니까 시스템을 점검할 시간도 없었다. 결국 장비는 방치됐다. 경북 상주의 B 농가는 반대다. 자동화를 너무 믿었다. 여름 장마철 자동 관수 시스템이 계속 물을 줬다. 토양에 이미 수분이 가득 차 있었는데도 말이다. 결과? 뿌리 부패에 병까지 겹쳐 수확량이 30% 이상 떨어졌다.
전남 해남 C 농가는 더 가혹했다. 시골 외진 지역이라 Wi-Fi도 잘 안 잡히고 LTE 신호도 불안정했다. 업체는 설치 전에 통신 환경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다. 원격 모니터링은 꿈도 못 꾸고, 농민은 불완전한 장비를 끙끙대며 직접 관리해야 했다.
”그럼 노지농업은?” 가장 심각한 현실
여기서 진짜 문제다. 우리나라 농업의 95%는 노지 기반이다. 비닐하우스도 아니고, 첨단 온실도 아니고, 그냥 밭과 논이다. 스마트팜이 가능한 시설농업은 전체의 5% 수준일 뿐이다.
노지농업에서 AI·데이터를 제대로 쓰려면? 센서가 필요하다. 온도, 습도, 토양 산도, 질소 함량… 이런 데이터들. 그런데 수집 인프라가 거의 없다. 시설농업은 폐쇄된 공간이니 센서 몇 개 달면 되지만, 노지는? 수십 헥타르 규모의 들판에 몇십 개, 몇백 개의 센서를 달아야 한다. 누가? 돈은 누가? 날씨 데이터는? 토양 데이터는 누가 관리하나?
여기에 하나 더 있다. 농민 입장에서의 데이터 기여 거부 심리다. AI는 좋은데, 내 농장의 환경 데이터, 생육 기록, 농약을 언제 뿌렸고 비료는 얼마를 줬는지 이런 것까지? 그건 왠지 싫다. 이건 기술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프라이버시 문제다. 결과적으로 환경 데이터, 생육 데이터, 제어 데이터가 서로 따로따로 분절되어 관리된다. AI 학습의 근본적인 한계가 되는 거다.
비용 현실, 무시할 수 없다
정부에서 자꾸 “20~30%대로 지원한다”고 한다. 그럼 나머지 70~80%는? 농민이 낸다. 작은 규모부터 따져보자.
아파트 베란다 같은 초저예산형(10만 원 이하)은 진짜 체험 수준이다. 실제 농업은 안 된다. 표준형(20만 원대)? LED 재배등, 자동 급수기, 온습도 센서 정도. 이것도 소규모다. 확장형(50만 원 이상)이 되어야 좀 쓸 만해진다.
그런데 실제 시설농업은?
- 1,000㎡(약 300평) 규모 스마트팜 구축: 1억~3억 원
- 자동화 시스템 시스템(센서, 제어, AI): 2,000만~1억 원
- 전기료: 월 50만~200만 원
- 수경재배용 물, 영양제: 월 30만~100만 원
- 연간 유지보수비: 500만~1,000만 원
여기서 정부 지원 50~60%를 빼도 농민은 최소 5천만 원대에서 최대 2억 원대를 들어야 한다. 대부분 소농인 우리나라 농가에게 이건 “큰 바다에 던진 돌”이다. 장금 출신들이 수백억 스마트팜 회사가 있지만, 그건 매체가 주목할 만한 뉴스일 뿐이다.
정부도 이 문제를 알고 있다. 최근 보급형 스마트팜 사업을 확대 중이다. 온습도 센서, 자동 환기, 자동 관수 정도의 “요점만 챙긴” 시스템. 총 1천만 원대 규모인데 농가 부담은 30%만 (약 300만 원). 이 정도면 가능하다. 실제로 성공 사례가 있다.
나이 문제, 그리고 학습 곡선
우리나라 농업인의 평균 나이는 68세다. 65세 이상이 65% 이상이다. 이 사람들이 태블릿으로 센서 데이터를 읽고, AI 리포트를 해석하고, 제어 조건을 설정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70대 농민도 스마트팜을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들은 특별했다. 기술 지원을 받았고, 교육을 받았고, 무엇보다 “자기 농장에 맞게 천천히 배웠다”.
대부분의 고령 농민 입장에서는 이게 장벽이다. 스마트폰도 어렵게 다루는데, 센서 데이터 분석? IoT 앱 설정? 네트워크 트러블슈팅? 이건 다른 세계 언어처럼 들린다. 정부 지원 사업에서 교육을 제공하지만, 짧고 이론 중심이다. 농번기가 되면? 팔기도 바쁜데 앱을 매일 들여다보고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현실은 이렇다. AI·데이터 기반 농업은 “30~50대 청년·중년 농업인 + 기술에 관심 있는 농부” 중심으로만 가능하다. 노령층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역할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럼 개발자나 회사는 어때?
스마트팜 시장은 뜨겁다. 농촌진흥청은 2026년 AI·데이터 기반 농업에 1,595억 원을 투자한다. 민간 스타트업도 우글거린다. 컬티랩스는 325억 원, 아이오크롭스는 110억 원대 투자를 받았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뭐, 기회는 있다. 농업 현장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하고, AI 모델도 미흡하고, 자동화 기술도 계속 진화 중이다. 센서는 점점 싸진다. 아이오크롭스 같은 회사는 온실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했고, 올해는 수확 로봇까지 상용화 직전이다. 이런 기술이 현장에 보급되면 노동력 문제는 정말 풀릴 수 있다.
근데 한 가지 분명하다. AI 전문가와 농업 전문가의 이해 격차가 여전히 크다. 프로그래머가 짠 알고리즘이 현장에서 안 먹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여름 장마철 관수 설정이 겨울과 다른데, 개발자가 그걸 알까? 토양 타입이 달라도 센서 값이 달라지는데, 이걸 모형화했나? 이런 식으로 개발할수록 상용화에 오래 걸린다.
수익 모델도 애매하다. 센서 팔아서? 앱 구독료로? 컨설팅으로? 지금까지는 정부 보조사업에 참여하면서 연간 10억 원 정도 현금 흐름을 만드는 쪽이 현실적이다.
회사가 본 수익 관점
농업은 느린 산업이다. 개발 주기가 길고, 실증이 오래 걸리고, 시장 도입도 점진적이다. 스마트팜 스타트업들도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컬티랩스처럼 온실 환경 관리 솔루션에 집중하는 방식이 있다. 이미 입증된 기술이고, 농가도 도입하기 쉽다. 딸기, 토마토 재배 농가들이 실제로 쓰고 있다. 아이오크롭스 같은 경우는 다르다. AI 로봇 개발로 눈을 돌렸다. 장기 수익성을 본 거다. 센서나 앱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로봇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가는 거다.
정부는? “농가 수입 20% 향상”이라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 확산”**이 진짜 목표인 것 같다. 식량자급률 문제, 고령화 문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업을 과학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농업 데이터 바우처 제도’ 같은 게 제안되고 있다. 농가가 데이터를 제공하면 돈을 주는 식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거다.
그래서 결론은?
가능하다. 하지만 모두를 위한 건 아니다.
시설농업(비닐하우스, 온실) 중심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같은 고소득 작물은 이미 스마트팜이 경쟁력이다. 다만 “작게 시작해서 필요한 것만 깨물어먹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수억 원짜리 풀 패키지 대신 센서 몇 개, 환기 자동화, 관수 자동화. 이 정도면 된다.
노지농업은? 아직 멀었다. 5년? 10년? 데이터 인프라가 구축되고, AI 모델이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에 기후변화가 얼마나 악화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기술적으로는 가능성이 있다.
고령 농민들은? 무시하지 말자. 스마트팜이 모든 농민을 위한 솔루션은 아니지만, 일부를 도울 수는 있다. 정부와 지자체, 농협이 “마을 단위 공동 스마트팜” 같은 모델을 만든다면? 젊은 농민 한두 명이 운영하고, 고령층은 기존 방식으로 보조하는 식이면 가능하다.
청년 농업인들은? 기회다. 정부가 지원을 확대하고,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교육도 해주고, 임대형 농장도 제공한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봐도 된다.
개발자들과 스타트업들은? 농업의 느린 속도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기술 혁신의 여지는 무한하다. 수확 로봇, 예찰 드론, 병해충 진단 AI… 이런 것들이 현장에 들어가려면 수십억 원이 더 투자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투자는 정부가 할 가능성이 크다. 작은 수익을 꾸준히 챙기면서 장기 기술 개발을 병행하는 게 생존 전략이다.
정부는? 이미 방향을 잡은 것 같다. 보조금 → 교육 → 보육센터 → 임대 농장 → 정책 금융. 이런 식으로 전 과정을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2030년까지 치유농업 이용자를 120만 명으로 확대한다는 것까지 보면,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농촌 사회 재구성을 노리고 있다.
결국 이거다. AI와 데이터는 농업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농사”를 한 번에 바꾸진 못한다. 작은 것부터, 시설 중심부터, 관심 있는 person부터. 이렇게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패도 많을 거고, 비용 때문에 못 따라가는 농가도 있을 거다. 그게 현실이고, 그걸 받아들이고 시작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스마트팜의 시대가 왔다”는 말은 맞다. 다만 “모든 농민의 스마트팜 시대”는 아직 먼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