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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TSP-420, 10년 만에 자체 태양광 패널을 만든 이유
일론 머스크가 드디어 약속을 지켰다. 10년이나 걸렸지만.
2016년 솔라시티를 26억 달러에 인수하던 날, 머스크는 “태양광과 전기차를 하나로 묶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꼬박 10년. 뉴욕주 버팔로 기가팩토리에서 찍어낸 TSP-415와 TSP-420 패널이 2026년 1월 29일,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남의 패널에 테슬라 로고만 붙이던 시절은 끝났다.
버팔로 공장, 부활의 신호탄
뉴욕 기가팩토리는 한때 “서반구 최대 태양광 공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파나소닉이 빠지고 나서는 슈퍼차저 부품이나 만들고, 오토파일럿 데이터 라벨링이나 돌리는 곳이 됐다. 사실 방치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자체 설계 태양광 모듈 생산을 재개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데이터시트에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다 — “지구의 인간이 자랑스럽게 제작했으며, 미국 뉴욕주 버팔로에서 조립됨.” 다만 ‘조립(assembled)‘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걸 보면, 태양전지(Cell) 자체는 여전히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TSP-420, 뭐가 다른가
사양부터 짚어보자. TSP-420의 최대 출력은 420W다. 이 숫자 자체는 시장에서 특별히 튀는 건 아니다. 한화큐셀의 Q.PEAK DUO ML-G11 시리즈가 이미 400W대 후반을 찍고 있으니까.

테슬라가 밀고 있는 차별점은 따로 있다.
- 18개 파워 존(Power Zones) 설계: 패널 일부가 나뭇잎이나 굴뚝 그림자에 가려져도, 나머지 구역이 독립적으로 출력을 유지한다. 일반 패널은 한 셀이 가려지면 전체 스트링이 영향을 받는데, 테슬라는 싱글 셀 단위로 분리했다. 부분 음영이 잦은 주택 지붕에서 꽤 유리하다.
- 레일 없는 장착 시스템(Zep 기술): 솔라시티 인수 당시 확보한 기술이다. 지붕에 레일을 깔지 않고 바로 밀착 설치한다. 깔끔하다. 머스크 스타일답게 미니멀리스트 미학을 강조했다.
- 파워월(Powerwall) 연동: 이게 핵심이다. 테슬라 패널 → 파워월 ESS → 전기차 충전.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에너지가 돈다. 애플이 아이폰-맥-에어팟을 묶었듯이, 테슬라는 태양광-배터리-자동차를 묶는다.

한화큐셀, 긴장해야 하나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아니다. 그런데 방향이 불안하다.
현재 미국 주거용 태양광 시장에서 한화큐셀은 점유율 상위권이다. 조지아주 달튼 공장에서 미국산 패널을 대량 생산하고 있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미국산 보조금 혜택도 받고 있다. 한마디로 “메이드 인 USA” 프리미엄을 이미 잡고 있는 상태다.
테슬라가 노리는 건 정면 가격 경쟁이 아니다. 설치 업체들에게 프리미엄 독점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우리 패널 쓰면 파워월이랑 완벽 호환됩니다” — 이 한마디가 무기다. 생태계 잠금(lock-in) 전략. 익숙하지 않은가. 아이폰이랑 똑같다.
한화큐셀 입장에서 진짜 위협은 패널 성능이 아니라, 테슬라가 연간 100GW 규모의 태양전지 생산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점이다. 머스크가 세계경제포럼에서 “수직 통합된 태양광 제조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게 현실이 되면 게임이 바뀐다.
한국 영농형 태양광 시장에 미치는 영향
테슬라 패널이 당장 한국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 인증(KS) 문제도 있고, 유통망도 없다. 그런데 간접적인 파급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첫째, 가격 경쟁 압박이다. 테슬라가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흔들면, 한화큐셀·LG 등 한국 업체들의 글로벌 수익성이 타격을 받는다. 그러면 국내 패널 가격에도 영향이 올 수 있다. 둘째, 기술 트렌드다. 18개 파워 존 같은 부분 음영 대응 기술은 영농형 태양광에 꽤 유용하다. 패널 아래에서 농기계가 움직이고 작물이 자라는 환경에서는 부분 그림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26년 상반기에 농지법 개정이 마무리되면 농업진흥지역 내에서도 영농형 태양광이 가능해진다. 이격거리 규격도 전국 통일된다. 패널 기술이 좋아질수록,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전력을 뽑으면서 작물 생장도 방해하지 않는 설계가 가능해진다. 테슬라의 기술 혁신이 한국 영농형 태양광 패널 제조사들에게 “이 정도는 따라와야 한다”는 기준점을 제시하는 셈이다.
머스크의 진짜 그림
태양광 패널 하나 출시한 걸로 호들갑인가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마스터플랜 3.0을 다시 읽어보면 얘기가 다르다.
머스크가 그리는 세상은 이렇다 — 지붕에 솔라루프나 태양광 패널을 깔고, 파워월에 저장하고, 메가팩으로 지역 전력망을 안정시키고, 테슬라 차로 이동한다. 남는 전력은 그리드에 팔아서 수익을 낸다. 에너지의 생산-저장-소비-판매가 전부 테슬라 울타리 안에서 돌아간다.
TSP-420은 그 퍼즐의 빈 조각이었다. 남의 패널을 쓰는 한, 생태계의 첫 단추가 남의 것이었으니까. 이제 그 단추를 자기 것으로 바꿨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10년 만에 정리한 거다.
물론 연간 100GW 생산 목표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원료인 고순도 폴리실리콘 공급 문제도 있고, 버팔로 공장의 현재 생산 능력도 제한적이다. 그런데 머스크가 “안 될 거야”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무서운 건, 그가 종종 해내 버린다는 사실이다.
참고자료
- 한국경제, “태양광 패널까지 만드는 테슬라…한화큐셀 긴장” (2026.02.04) https://www.hankyung.com/amp/2026020443651
- 글로벌이코노믹, “테슬라, 미국산 태양광 패널 ‘TSP-420’ 전격 출시” (2026.01.14)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6/01/2026011508195297580c8c1c064d_1
- 네이트뉴스, “테슬라, 태양광 사업 회복 신호…美 생산 패널 출시” (2026.01.13) https://news.nate.com/view/20260113n22216
- 네이버 블로그, “테슬라 태양광 (feat. oci홀딩스)” (2025) https://blog.naver.com/hyy4467/224164908325
- 한국에너지서비스 하이존TV, “2026년 영농형 태양광에 불어올 3가지 변화” (2025.10.27) https://www.youtube.com/watch?v=DeBy06ntFqw
- 나무위키, “테슬라 에너지” https://namu.wiki/w/테슬라%20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