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 12 min read
스마트폰 사진 한 장으로 병해충 진단? AI가 농사를 바꾸고 있다
지난 해 여름, 40도 가까이 치솟았던 기온.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농사짓는 분들 속이 까맣게 탔을 거다. 그런데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다. 바로 병해충. 같은 밭에서 같은 작물을 키워도 어떤 해엔 멀쩡하고, 어떤 해엔 전멸하다시피 한다. 운이라고? 아니다. 환경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다.
문제는 눈으로 확인했을 때는 이미 늦다는 것. 잎이 노랗게 변하고, 벌레가 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옆 포기까지 번진 상태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혹시 모르니까” 미리미리 농약을 뿌린다. 병해충이 있든 없든. 결과? 농약 비용 증가, 토양 오염, 작물 품질 저하. 악순환이다.
그런데 최근 이 악순환을 끊을 기술이 등장했다. AI 기반 병해충 예측 시스템이다.
사진 찍으면 3초 만에 진단, 농촌진흥청 AI 앱
2024년 9월, 농촌진흥청이 ‘스마트병해충 진단 서비스’ 앱을 전 국민에게 공개했다. 휴대폰으로 이상한 작물 사진을 찍으면 AI가 즉시 분석해서 뭐가 문제인지 알려준다. 방제 약제 추천까지 해준다.

핵심 수치를 보자.
- 진단 가능 작물: 31종
- 진단 가능 병해충: 182종
- 인식 정확도: 평균 95% (전문가 정확도 95.3%와 동급)
전문가 수준의 진단을 농민이 직접 현장에서, 그것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된 거다. 농촌진흥청 말로는 “정부 차원에서 AI로 병해충을 현장 진단하는 서비스는 세계 최초”라고 한다.
식물 바이러스 진단도 된다. 바이러스는 육안으로 구분하기가 정말 어렵다. 전문가도 헷갈린다. 그런데 이 앱은 작물 사진만으로 바이러스 감염 여부까지 잡아낸다.
병이 발생하기 전에 알려주는 예측 시스템
진단도 좋지만, 진짜 게임 체인저는 예측이다. 병이 생기고 나서 대응하는 것과 병이 생기기 전에 막는 것. 하늘과 땅 차이다.
순천대학교 연구팀이 딸기 농장에서 실험한 결과가 있다. YOLOv5라는 컴퓨터 비전 모델을 사용해서 병충해를 실시간 감지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결과:
- 정확도: 92.8%
- 재현율: 90.0%
- 평균 정밀도(mAP 0.5): 78.7%
토마토 농장에서 같은 시스템을 돌렸더니 역병과 황화병 예측 정확도가 85% 이상으로 나왔다. 기존 모델보다 10% 이상 향상된 수치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한발 더 나갔다. 작물의 mRNA를 분석해서 병해충이나 고온, 가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미리 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눈에 보이기 전에, 유전자 수준에서 위험 신호를 잡아내겠다는 거다.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농가 적용 사례
이론은 그럴듯하다. 그럼 실제 농가에서는 어떨까?
네덜란드 토마토 농장
환경 데이터 기반으로 병해충 예측 시스템을 구축했다. 습도가 80% 이상 지속되면 “병 발생 확률 60% 이상” 경보가 뜬다. 결과는 놀랍다.
- 병해충 피해 40% 감소
- 농약 사용량 30% 절감
충남 파프리카 농가
CO₂ 농도와 광량 데이터를 분석해서 총채벌레 발생 시기를 예측했다. 보광과 환기를 미리 조절해서 해충 밀도를 초기에 억제. 상품성 유지율이 15% 향상됐다.
경북 안동 스마트 과수원
IT 기반 페로몬 트랩과 AI 카메라가 해충을 자동으로 유인하고 촬영한다. 종류와 개체수를 분석해서 필요한 구역에만 방제한다. 농진청에 따르면 이런 정밀 농업으로 병충해 피해 50% 감소, 생산성 25% 향상을 실증했다고 한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고 했다. AI 예측 시스템은 정확히 호미 단계에서 문제를 잡아낸다.
국내 AI 농업 스타트업, 뭐가 있나
정부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민간에서도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아이오크롭스(ioCrops) 토마토 농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AI 기반 스마트팜 솔루션을 개발한다. 예찰 로봇이 온실을 돌아다니며 작물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전국 약 400호 농가에서 사용 중이고, 스마트팜 혁신밸리(상주, 김제, 고흥, 밀양)에도 납품했다.
새팜 위성 데이터를 AI로 분석해서 작물별 재배 가이드를 제공한다. 토양 질소량, 식생 활력도 등 7개 지표를 운영한다. 벼 작물 기준으로 실증 결과 재배량 18% 증가, 품질 향상. 전국 2,000여 농가가 활용 중이다. CES 2026에서 병해충 발생과 수분 스트레스를 98% 정확도로 분석하는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린랩스 ‘팜모닝’이라는 데이터 기반 농업 경영 플랫폼을 운영한다. 날씨, 시세, 병해충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수십만 농가가 사용 중.
트리플렛 스마트폰 카메라로 작물을 촬영하면 AI가 생육 상태를 진단하고 병해충 발생을 조기 감지한다. 현장에서 바로 대응 가능.
글로벌 농기계 회사들도 뛰어들었다
CES 2026에서 존디어(John Deere)가 기조연설을 했다. 농기계 회사가 세계 최대 IT 전시회에서 기조연설이라니. 시대가 바뀌긴 바뀌었다.
존디어가 공개한 건 자율주행 콤바인이다. 카메라와 센서로 작물 상태를 인식하고, 운전자 개입 없이 수확 작업을 수행한다. “머신 싱크(Machine Sync)” 기술로 콤바인과 트랙터가 한 몸처럼 움직인다. 곡물 탱크가 60% 차면 트랙터에게 “와서 받아라” 신호를 보낸다. 기계끼리 대화하는 거다.
일본 **구보타(Kubota)**도 진흙과 습지 같은 복잡한 지형에서 작동하는 소형 자율 로봇을 선보였다.
국내 기업 로웨인은 **완전 자동화 수직농장 ‘인텔리팜’**을 공개했다. 무인운반차, 수확 로봇, 스태커 로봇이 결합된 시스템이다.
- 물 사용량 최대 95% 절감
- 기존 수직농장 대비 생산량 2배
- 작업 인력 75% 감축
앞으로 뭐가 더 나올까
AI 예측 모델 고도화 환경 데이터와 영상 데이터를 융합하면 발병 5일 전에 예측이 가능해진다. 지금도 가능한 수준에 근접했다.
자율 방제 시스템 병 발생이 예측되면 드론이나 로봇이 자동으로 방제한다. 사람 손을 거치지 않는다.
디지털 트윈 농업 가상 농장에서 병해충 발생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어떤 병이 발생할까?”를 미리 테스트해볼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이력 관리 병해충 관리 기록을 블록체인에 저장해서 GLOBAL GAP 인증 자료로 활용한다. 수출용 프리미엄 농산물 시장 진입에 유리하다.
시작이 어렵다면, 여기서부터
AI 스마트팜이 좋은 건 알겠는데, 막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일단 당장 무료로 쓸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스마트병해충 진단 서비스’ 앱 설치 - 무료, 농촌진흥청 개발
-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 접속 - 전문가 상담, 최신 방제 정보 제공
- 스마트팜코리아 병해충 진단 서비스 활용 - 이미지 업로드하면 AI가 진단
데이터가 쌓이면 그 다음이 보인다. 우리 농장에서 언제, 어떤 조건에서 병해충이 발생했는지. 패턴이 나오면 예측이 가능해진다. 그때 센서를 붙이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도 늦지 않다.
기후변화로 돌발 병해충이 늘고 있다. 예전엔 없던 외래 해충이 들어온다. 농약으로 막으려니 내성이 생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 AI가 그 데이터를 분석해서 우리보다 빨리, 정확하게 위험을 알려준다.
사진 한 장 찍는 것. 그게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