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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탄소크레딧, ‘탄소 감축’이 아니라 ‘검증’이 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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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탄소크레딧은 빠르게 커지고, 빠르게 까인다.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건 농사가 아니라 증거다. 한국도 이미 ‘거래’ 버튼을 눌렀다. 이제 질문은 하나로 정리된다. 누가 MRV를 잡는가다.

한국에서 먼저 바뀐 것은 보조금이 아니라 거래 인프라다

2025년 9월 2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한상공회의소, NH농협금융지주와 함께 농업 분야 탄소감축 실적을 “시장거래”로 연결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한 줄이 의미하는 변화는 크다. “감축했으니 돈 준다”에서 “감축을 증명했으니 거래한다”로 문장이 바뀌었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 저탄소농업 프로그램 같은 정책을 통해 감축을 쌓아왔다고 정리한다. 성과도 숫자로 제시했다. 2024년까지 25,513ha에서 약 853천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성과를 냈다고 밝힌다. 이 수치는 “농업도 감축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제는 “그 감축을 시장이 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단계로 넘어간다.

여기서 핵심은 ‘측정과 검증 체계’다. 농식품부는 농업 분야가 과학적 측정·검증 체계가 부족하고, 시장거래 기반이 없었다고 진단한다. 해법으로 제시한 것도 MRV다. IPCC에 등록된 방법론인 논물관리에서 GPS 기반 사진등록, 인공위성, 계측기를 활용한 과학적 이행점검 방식을 시범 운영했고, 대한상공회의소가 운영하는 ‘탄소감축 인증표준’에서 신뢰성을 인정받아 시장거래를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정책은 결국 “증빙 채널”을 만든다. 크레딧의 본질을 행정이 아니라 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 바꾼다.

MRV는 농업의 문제가 아니라 회계의 문제다

MRV는 Measurement, Reporting, Verification의 약어다. 현장에서는 “측정하고, 기록하고, 제3자가 확인한다”는 뜻이다. 시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MRV는 결국 기업의 회계·공시 세계로 들어가는 인터페이스다.

MRV and Agriculture Data

이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GHG Protocol의 Land Sector and Removals(LSR) Standard이다. 이 표준은 2026년 1월 30일에 공식적으로 공개됐고, 2027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표준은 기업이 농업 토지이용에서 발생하는 배출과 CO₂ 제거를 GHG 인벤토리에 어떻게 넣을지에 대한 “글로벌 기준”을 만들려는 시도다. 핵심은 엄격함이다. 보도자료는 데이터 품질 개선, 전 과정(lifecycle) 관점의 회계, 시간에 따른 저장(storage over time) 투명성을 언급하며, 제거(removals)를 인벤토리에 포함할 때 고무장갑처럼 끼는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못 박는다.

수요 측면에서도 문법이 바뀐다. VCMI는 2023년 11월 28일 Claims Code 추가 가이던스를 내며, 기업이 고품질 크레딧 사용에 대해 주장(claim)을 할 수 있도록 Monitoring, Reporting and Assurance(MRA) Framework를 포함한 도구들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또한 Silver·Gold·Platinum 같은 등급형 클레임까지 제시하며, “탄소크레딧을 썼다”가 아니라 “어떤 수준의 무결성으로 썼다”를 말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농업 크레딧이 기업에 팔리는 순간, 구매자는 캠페인팀이 아니라 감사·리스크팀이 된다. 그때 중요한 건 감동이 아니라 문서와 로그다.

토양과 논의 탄소는 측정이 아니라 오차 관리 문제다

농업 탄소크레딧이 까이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가장 자주 터지는 지점은 단순하다. “정말 늘었는가”를 증명하기가 어렵다. 그 어려움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토양 데이터의 구조에서 나온다.

학술지 SOIL에 2025년 1월 8일 게재된 연구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이 연구는 토양 탄소 크레딧 프로그램의 신뢰를 위해 SOC(soil organic carbon)를 정밀하게 정량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관리 방식 변화 이후 SOC의 ‘진짜 변화’를 탐지하는 일이 어렵다고 전제한다. 핵심 이유도 분명히 적는다. 토양은 이질성이 크고, SOC 변화는 기존 저장량 대비 작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에는 탄탄한 샘플링·처리·정량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연구가 실무적으로 무서운 이유는 실험 설계다. 연구진은 8개 외부 실험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비교를 수행해 “실험실 간 변동성”을 직접 측정했다. 결론은 간단히 요약된다. 변동성이 크고, 체질(체질량 환산)이나 벌크밀도 추정, 실험실 처리 방식에 따른 편차가 어떤 농업관리의 평균적 탄소 축적 속도보다 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장 관점에서 이 말은 이렇게 번역된다. 모델이 아무리 멋져도, 샘플과 실험실이 흔들리면 크레딧은 ‘품질 등급’을 못 받는다는 뜻이다.

CCP 승인 흐름이 농업 크레딧을 더 까다롭게 만든다

공급자들만 진지해진 게 아니다. 심판도 바뀌었다. 규칙이 바뀌면, 게임이 바뀐다. 농업 탄소크레딧이 지금 그 구간에 들어와 있다.

ICVCM는 2023년 3월 29일 ‘고무결성 탄소크레딧’에 대한 글로벌 벤치마크를 출시했다고 발표하며, CCP와 평가 프레임워크를 통해 고품질·검증 가능·추적 가능한 크레딧 기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건 “라벨”이다. 라벨은 가격 신호다. 그리고 라벨의 전제조건은 측정·추정 방식, 추가성, 지속성, 공개 수준 같은 규율이다.

Carbon Credit Verification

이 흐름이 농업으로 들어온 날짜가 2025년 10월 30일이다. ICVCM은 그날 CAR의 U.S. Soil Enrichment Protocol v1.1과 Verra의 VM0042 v2.2를 ‘지속가능 농업’ 카테고리의 CCP-Approved 방법론으로 발표했다. 조건도 같이 붙였다. CAR 쪽은 최소 40년의 영속성(permanence) 약정을 포함한 PIA가 필요하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Verra 쪽은 더 상징적이다. SOC 측정에서 Digital Soil Mapping(DSM)은 이번 결정에서 평가되지 않았으므로, DSM을 제외한 방법만 인정된다는 취지의 조건을 달았다. 원격탐사·지도화가 “완전한 대체”가 아니라 “보조·최적화”로 취급된다는 신호다.

그럼 Verra의 VM0042 v2.2는 무엇을 요구하는가다. 이 방법론은 2025년 10월 21일부터 활성(Active) 상태이며, 개선된 농지 관리(ALM)를 통해 발생하는 배출 저감과 SOC 기반 제거를 산정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CCP 라벨을 받기 위한 추가 기준으로, SOC는 Dumas 건식 연소, 적외선 분광(NIR/Vis-NIR/MIR), LIBS, INS, Walkley-Black/LOI 등 특정 측정 기법으로 측정돼야 한다고 적시한다. 시장 언어로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위성 + 모델만으로 발행”은 프리미엄 트랙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고, “직접 측정 + 검증 체계”가 앞으로의 기본값이 된다.

누가 이득을 보나

한국의 시범사업이 시장거래로 넘어가면, 이득은 감축 자체에서 자동으로 생기지 않는다. 이득은 ‘검증 가능성’에서 생긴다. 반대로 손해는 ‘검증 비용’에서 터진다. 그래서 이해관계자별로 게임이 갈린다.

농가는 기회가 커진다. 정부 주도 인센티브에서 민간 시장 중심 거래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이 공식 문서에 적혔고, 논물관리 거래부터 시작해 프로그램과 참여기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다. 동시에 부담도 커진다. 논물관리처럼 GPS 사진, 위성, 계측기까지 묶인 이행점검을 통과해야 “상품”이 된다. 기업은 더 까다로워진다. LSR Standard 같은 회계 기준은 농업 영향 측정을 ‘에너지 사용 수준의 엄격함’으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를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중간 사업자와 플랫폼은 판이 열린다. 탄소감축 인증표준의 운영주체, 전자탄소등록부, 크레딧 발행·거래 지원 같은 역할 분담이 생기면, 그 사이의 데이터 표준화와 감사 대응이 ‘제품’이 된다.

다음 행동도 달라진다. 농가는 “어떤 활동을 했는가”보다 “어떤 증빙을 남겼는가”를 먼저 설계해야 한다. 기업은 “싸고 많은 크레딧”보다 “나중에 문제 없는 크레딧”을 내부 기준으로 정의해야 한다. 서비스 제공자는 모델 성능보다 샘플링·실험실·로그·위성 데이터가 한 번에 감사 가능한 형태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참고자료